KIM BYOUNG DUK - EXPERIMENT 

 

화산의 폭발과 우주의 침묵

 

음악은 인간 그 자체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음악이 우리의 삶과 의식에서 비롯될 때 그 음악은 창조력을 띠게 되고 진정한 의미의 감동과 설득력을 지닌다. 이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대단히 명쾌한 논리이다. 그러나 우리주위의 많은 음악들이 그렇지 못하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대할 때 가슴으로 대하지 못하고 머리로 접근한다.  자신의 삶 대신 음악적 지식으로 음악을 대한다. 어디선가 꽹과리 소리가 들린다. 어깨가 들먹이고 나도 모르게 발길이 소리나는 곳을 향한다. 이는 아주 당연한 현상이다. 그 소리에는 사람을 끌어 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힘이 바로 생명력이고 음악의 진실이다. 그러나 많은 음악들이 이 힘을 외면한 지식으로부터 생산되고 있다. 서양의 첨단 테크닉을 구사한 음악들.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전수되는 음악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본질이 결여된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군중을 모아놓고 사랑을 피력하는 성직자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차라리 아무도 의식하지 않고 홀리 핀 한송이 들꽃에서 우리는 그윽한 사랑의 향기를 맡는 것처럼...박제된 음악들... 아무리 이론으로 철저히 무장을 하여도 사람들은 그 음악을 외면한다. 오래전 가수 가운데 조미미 라는 사람이 있다. 30여년전 대중의 인기를 얻던 가수인데 아무런 홍보도 없이 조미미의 음반은 아직도 많은 판매량을 보인다. 이는 사람들이 그녀의 음악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결코 지식으로 접근할 대상이 아니다. 음악은 과학이 아니다. 바로 우리 삶의 방식이며 존재의 찬미인 것이다. 그것은 진실의 문제이지 논리에 관한 것은 아니다.

김병덕 - 그의 음악은 살아 있다. 그는 본능적으로 음악에 반응한다. 쉬톡 하우젠. 불레즈 , 노노, 카켈 등과 같은 현대 음악에서부터 탄제린 드림. 핑크 플로이드, 지미 헨드릭스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언어를 구사한다. 때로는 엄청난 에너지의 헤비메탈 플레이도 펼친다. 존 콜트레인과 허비 헹콕에 이르는 재즈에서도 그의 열매는 실하다.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들은 장르간의 벽을 뛰어 넘는다. 아니 그들에게는 뛰어 넘을 벽이 없다. 오로지 진실의 문제만 있을뿐...그는 작곡, 편곡, 연주 .... 모든 것을 해낸다.이 역시 재능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그의 음악적 진실의 문제다. 김병뎍은 음악을 살고 있다 그의 음악적 열정은 신병과 같이 그를 괴롭혔다. 어쩔 수 없이 무녀가 되듯 그는 기타를 잡고 드럼 스틱을 휘둘러야만 했다. 그의 내부에 있는 음악의 화신이 폭발할 때마다 그는 자신의 열기에 몸서리를 쳤다. 이제 그는 이 열기를 조심스럽게 토해낸다. 이 앨범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THREE PURCUSSION AND DOUBLE BASS와 NEW JAZZ FORM은 대중의 기호를 의식한 작품이고, 나머지 작품들은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방향탐구 등을 목적으로 했다. 그는 자신의 행위를 음악(MUSIC)이라 말하지 않는다. '음도'라고 한다. 음에 내포된 깊은 느낌의 세계를 의도적으로 전달, 듣는 이들의 존재의 심연을 깨우쳐 우주와 접하도록 한다는 의미인데, 그는 자신에게 강력한 에너지 파장의 전달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의 일렉트릭 기타 플레이에서 느껴지는 역동성과 다이나믹은 그의 이러한 능력을 입증하듯 듣는 이들을 무아의 경지로 몰고 간다.

김병덕 - 그를 통해 미래 음악의 당위성을 본다. 그러나 음악애호가의 층이 엷은 우리의 실정이 과연 그의 음악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그러니 그의 음악적 자세 - 진지함과 자기를 제어할 줄 아는 통찰력 등의 그의 응악을 세계적으로 확산 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것을 확신케 해준다. 그를 만난 것은 평생을 음악의 길을 삼고 살아야 할 내게 있어서 커다란, 더없이 소중한 기쁨이다.

                                                      글 : 김진묵(음악평론가)